구글 스트리트 뷰로 갈라파고스의 풍경을 옅볼 수가 있어요.
'희귀동물의 천국' 갈라파고스
갈라파고스거북·바다사자 등 희귀동물과의 '만남'
'고립의 세월'이 만든 청정 대자연에서 짜릿한 해양체험
사람과 동물이 어울려 사는 갈라파고스.
낮잠을 즐기는 바다사자들 옆에서 아이가 놀고 있다
아마도 지상낙원이 있다면 이런 풍경이 아닐까.
순진한 표정의 바다사자들은 벤치에 누워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고 있고
푸른발 부비새가 여행객을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졸린 눈의 바다이구아나들은 햇볕 아래에서 느긋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갈라파고스를 찾은 사람들은 이들의 낙원에 잠시 초대를 받은 것뿐이다.
화산이 만들어낸 고립의 풍경
갈라파고스를 이야기하기 전 먼저 다윈을 이야기하자.
진화론의 창시자이자 《종의 기원》을 쓴 그 찰스 다윈 말이다.
찰스 로버트 다윈은 1831년 영국 플리머스 항을 출발해
5년간 영국 해군의 측량선인 비글호를 타고 세계 각지의 섬을 탐사했다.
브라질과 우루과이, 칠레를 거쳐 1835년 9월15일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에 도착한 다윈은
이곳에서 섬마다 등껍질이 다른 거북과, 부리 생김새가 다른 새를 발견하면서
종이 영원히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는 ‘비글호 항해기’에서 갈라파고스 제도의 박물학에서 가장 뚜렷한 현상으로
‘섬마다 어느 정도 다른 생물이 산다는 사실’을 꼽았는데, 이것이 진화론의 단초가 됐다.
가드너 해변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바다사자
갈라파고스에 발을 내딛기 전 갈라파고스에 대한 이미지는
다윈의 진화론과 《종의 기원》에서 비롯된 학술적인 이미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바다사자와 바다이구아나, 커다란 껍질을 등에 짊어진 거북들이 살고 있는 외딴 섬.
과야킬을 이륙한 란탐항공 비행기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이들 희귀 동물들을 카메라에 잘 담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산 크리스토발 섬 선착장 계단에 누워 있는 바다사자들
하지만 두 시간 후 산 크리스토발 섬에 내리자마자
갈라파고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완전히 바뀌었다.
아! 이런 낙원이 아직 지구상에 남아 있다니! 이런 ‘비현실적인’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니.
공항에서 약 10여분 동안 버스를 타고 섬의 주요 마을인 푸에르토 바케리소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이방인을 반긴 건 현지인의 따스한 미소가 아니라 ‘끄으윽 끄으윽’ 하는 바다사자의 울음소리였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는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커다란 바다사자 한 마리가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선착장 계단에도 바다사자가 한 마리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트를 타기 위해서는 바다사자를 피해 조심스레 발을 옮겨야 할 정도였다.
해안가 바위에도 바다사자들이 무리를 지어 낮잠을 즐기고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왔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슬쩍 눈을 떴다가 이내 감아버렸다.
갈라파고스 터줏대감들의 시선은 무심했지만 여행자의 가슴은 어느새 빠른 속도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입도(入島) 인원 엄격히 제한…특별검역도 받아야
19개의 섬으로 이뤄진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도르 본토에서 약 965㎞ 떨어져 있다.
에콰도르 제2의 도시 과야킬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2시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섬들은 적도를 사이에 두고 북반구와 남반구 양쪽 모두에 속해 있다.
전체 육지 면적은 제주도의 네 배가 조금 넘고, 가장 큰 이사벨라섬은 제주도의 두 배 크기다.
1535년 스페인제국 식민세력에 의해 발견될 당시 무인도였으며 덩치가 큰 바다거북과 땅거북이 많이 살고 있었다.
거북을 스페인어로 ‘갈라파고스’라고 하는데, 오늘날 이 제도 이름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갈라파고스는 화산 폭발에 의해 형성됐다
어느 날 바다 밑에 있던 땅이 바다 위로 솟아올랐고 먼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물의 씨앗이 날아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바다를 건너온 건 새들과 파충류 등이었다. 육지와 고립돼 있다보니 이들은 오직 갈라파고스만의 방식으로 진화했다.
나무 열매를 먹을 수 있도록 목이 길게 진화한 갈라파고스거북과 푸른발 부비, 바다이구아나 등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오직 갈라파고스에만 살아가고 있는 희귀 동식물들은
수백만년 전 해저에서 솟아올라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환경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분타 아레나스. 세찬 파도가 절벽에 부딪혀 무지개를 만든다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에콰도르 정부는 갈라파고스 제도를 결벽증에 가까울 만큼 철저하게 보존하고 있다.
입도(入島)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갈라파고스를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전에는 특별검역을 받아야 하고 짐 수색도 해야 한다.
말린 꽃송이조차 들여갈 수 없다.
도착해서도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공항에 도착하면 국립공원 입장료 100달러와
자연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모든 방문객은 국립공원공단에서 훈련을 받은 투어 가이드와 함께 방문해야 하며
일단 배에서 내리면 정해진 경로에서 절대로 이탈할 수 없다.
갈라파고스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크루즈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섬으로 이뤄진 지형 특성상 독립적으로 여행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섬마다 특이한 동물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크루즈를 이용해 섬을 돌아보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보다 많은 희귀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의 터줏대감 거북
대부분 여행객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산타크루즈섬이다.
거북 번식센터(Tortoise Breeding Center)를 비롯해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본부가 여기에 있다.
이 섬을 세상에 알린 세기의 과학자 찰스 다윈의 연구센터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 크리스토발의 세로 콜로라도(Cerro Colorado)라 불리는 거북공원에도 유명한 거북 서식지가 있다.
현재 이곳에서 태어난 거북 중에서 유일하게 한 마리만이 생존해 보호를 받고 있는데
‘창시자’를 뜻하는 ‘제네시스’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손바닥에 올라갈 만큼 작고 귀여운 제네시스가
풀을 뜯어먹고 있는 모습은 생명의 신비를 절감하게 한다.
거북공원으로 향하는 길, 울창한 잡목숲을 향하는데 커다란 등껍질을 가진
갈라파고스의 명물인 육지거북 토토이즈가 거대한 호박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나무 열매를 씹던 거북은 인기척이 느껴지자 힐끗 시선을 주기도 한다.
센터 내 거북들은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한때 이 거북은 멸종될 뻔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기름을 짜고 잡아먹었고 쥐와 개가 거북 알을 깨트렸기 때문.
지금은 원래 규모를 회복해가고 있는 중이다.
센터에서는 1년짜리 아기 거북부터 150세가 넘은 할아버지 거북까지 다양한 크기의 거북을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모양의 등딱지를 가진 13종의 거북도 관찰할 수 있다.
때묻지 않은 시원의 풍경
산 크리스토발의 또 다른 절경은 세로 부르호(Cerro Brujo)와 푸에르토 치노(Puerto Chino)다.
화산 협곡 사이로 난 트레킹 코스를 따라가며 갈라파고스의 희귀 동식물들을 관찰한다.
수풀 사이를 걷고 있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쉿’ 소리를 내더니 한쪽을 가리킨다.
푸른발 부비다. 갈라파고스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새이자 사랑받는 새다.
부비는 가마우지과에 속하는 새인데 갈라파고스에는
푸른발 부비, 붉은발 부비, 나스카 부비 등 세 종이 서식한다.
푸른발 부비는 이름 그대로 발이 푸른색을 띤다.
마치 푸른 장화를 신은 것 같은 오묘한 느낌을 준다.
알을 품고 있는 암컷도 있고 짝짓기 놀이를 하는 커플도 있다.
사람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새를 처음 본 뱃사람들이 너무 쉽게 잡을 수 있어 ‘멍청이’라는 뜻의 ‘부비’로 불렀다는데,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사냥하기 위해 날개를 쭉 펴고 비행하는 모습은 근사하다.
탐방객들이 부비 가까이 가자 가이드 프란치스코는 신신당부를 한다.
“동물들이 먼저 사람에게 다가오지 않는 한 2m 이내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먹을 것도 절대로 줘선 안 돼요.
외부에서 들여온 음식물을 잘못 먹고 동물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병에 걸릴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예요.
길을 막아서거나 큰 소리로 놀라게 해서도 안 되고요.”
아마도 자연을 그대로 모습으로 보존하려는 이런 철저한 원칙 때문에
이곳의 동물들이 인간을 경계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 크리스토발을 빠져나와 찾은 곳은 에스파뇰라 섬의 푼타 수아레스.
갈라파고스 앨버트로스와 바다이구아나를 관찰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에 사는 앨버트로스는 몸길이가 90㎝가 넘고 날개를 펼치면 그 길이가 2m에 달한다.
앨버트로스에는 익사한 선원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 새가 죽으면 재앙이 찾아온다고 생각했다.
앨버트로스는 불길한 징조의 새로 취급되기도 했으며 배를 따라 나는 습성으로 인해
배에서 버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앨버트로스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그 거대한 크기와 나는 모습 때문이다.
앨버트로스는 날 수 있는 새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크다고 한다.
긴 날개와 바람을 이용해 날아오르는데, 수천㎞의 거리를 날갯짓 한 번 하지 않고 날 수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갈라파고스 앨버트로스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등 해양 레포츠의 천국
갈라파고스를 대표하는 동물인 펠리컨.
사람을 겁내지 않아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앨버트로스가 둥지를 튼 바닷가 옆 바위는 온통 바다이구아나 천지다.
바닷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바다이구아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갈라파고스에만 있다.
갈라파고스로 건너와 불모의 화산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닷속 해조류를 먹기 시작하면서
현무암 바위처럼 검은색 피부를 갖게 됐다고 한다.
겉모습은 공포영화에 나오는 괴물과 비슷하지만 성격은 순하기만 하다.
사람이 다가가면 눈을 끔벅이며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내 등을 보이고는 사라져버린다.
산란기에는 해변가에 땅을 파서 알을 낳는다.
물속에서는 9m 깊이까지 다이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바다이구아나
푼타 수아레스 반대편 가드너 베이는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다.
갈색 펠리컨과 순진한 표정의 바다사자를 원없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해변에 도착하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고 만다.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순백의 모래사장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위에 떼를 지어 누워 잠자고 있는 바다사자들.
가끔 기지개를 켜기 위해 몸을 일으킬 뿐 사람이 나란히 옆에 누워 기념사진을 찍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들을 보면 먼저 다가가 장난을 걸기도 한다.
갈라파고스 여행에서 하루 종일 동식물 탐방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카약 타기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를 즐기는 일도 즐겁다.
굳이 스쿠버다이빙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노클링만으로도
바다거북, 망치상어 같은 진귀한 바다 생물과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산 크리스토발 주변의 키커 록(Kicker Rock)은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유명한 스쿠버다이빙 장소다.
형형색색의 물고기, 바다거북과 함께 스노클링을 하는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짜릿하다.
크루즈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산 크리스토발 섬의 선착장.
크루즈를 타기 위해서는 작은 고무보트를 타야 한다
갈라파고스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크루즈에서 한없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9박10일 일정 동안 배에서 생활하며
하는 일이라곤 밥 먹고 수영하고, 트레킹하고, 마시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단 1분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가까운 섬으로 트레킹 겸 탐방을 다녀온 후
오전에는 스노클링이나 수영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긴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한두 시간 낮잠. 선상에서 선탠을 즐겨도 좋다.
오후에는 다른 섬으로 가 용암지대를 탐사하기도 하고, 화산섬 정상에 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근사한 디너를 먹고 맥주를 마시거나 바다 위 쏟아질 듯 뜬 별을 바라보기도 한다.
새벽이면 배 위로 올라와 장난을 치고 있는 바다사자와
아침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바로 갈라파고스다.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은 사람들을 믿는다. 두려워하지도 않고 자신들을 해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동물들은 인간을 손님 정도로 인식한다.
갈라파고스를 찾은 여행자들은 처음에는 이 사실에 당황하다가
나중에는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사람과 동물도 아름답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데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지 못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갈라파고스를 떠나는 비행기 속에서 창밖으로 멀어지는 푸른 섬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었다.
여행팁
에콰도르까지 가는 직항은 없다.
뉴욕을 거쳐 남미 최대 항공사 란탐항공으로 갈아탄 후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나 에콰도르 최대 도시인 과야킬을 거쳐 갈라파고스로 들어가야 한다.
갈라파고스에서의 크루즈 여행은 일정에 따라 행선지와 요금이 다양하다.
메트로폴리탄 투어링(metropolitan-touring.com)에서 다양한 크루즈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일정과 예산에 맞춰 적당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라 핀타(La Pinta)호는 3박4일 일정으로 산크리스토발 섬(San Cristobal Is)을 비롯해
산타크루즈섬(Santa Cruz Is), 이사벨라섬(Isabela Is) 등을 돌아본다.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 본토에 비해 1시간 늦다.
1년 내내 여행하기 좋지만 7~12월에는 바닷물이 제법 차기 때문에 해양레포츠를 즐기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 목적으로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에콰도르는 2002년부터 미국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
갈라파고스에선 자외선이 강하다.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은 필수.
수영복과 트레킹화, 해변에서 신을 신발도 챙겨야 한다. 전압은 110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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