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232 (필명)
출생 : 1992년
신체 : 173cm
데뷔 : 2013년 웹툰 '연애혁명'
사이트 : 블로그
웹툰의 역사는 어쩌면 앙팡테리블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조석, 이말년, 기안84, 정다정 등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낸 악동들을 통해
웹툰은 과거의 출판 만화와 명확히 구분되는 웹툰만의 장르적 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연애혁명]의 232 작가 역시 언젠가는 이 앙팡테리블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저 최신 ‘개그짤’을 패러디하는 개그 만화인줄만 알았던 [연애혁명]은
어느 순간부터 연애라는 큰 줄기 안에서 십대들의 리얼한 고민과 갈등을 담아내며,
기안84의 작품이 그러했듯 십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작화나 에피소드의 흐름은 조금 들쭉날쭉 하지만
날것 느낌이 나는 십대의 세계는 그저 만화를 열심히 공부한다고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애혁명]을 이해하기 위해, 또 웹툰계의 새로운 앙팡테리블이 탄생하기 위한 과정을 알기 위해
젊은 작가 232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던 건 그래서다.
현재 쟁쟁한 작품 사이에서 목요 웹툰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래서 부담이 많다. 기억이 맞으면 처음 데뷔했을 때 3위 정도에서 시작을 했고,
30화 조금 넘을 때까진 그 순위를 유지했다. 이 정도면 인기도 많이 누리고,
또 마음의 부담도 아주 많지는 않은 딱 좋은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1위까지 올라갔다.
말한 것처럼 좋은 작품이 많은 중에 1위에 올랐으니 그 자리에 맞는 만화를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확 늘어났다.
어쨌든 더 많은 독자 분들이 보고, 또 볼 기회가 생긴 거니까.
그때부터 그림도 더 디테일하게 그리려고 하고 연출이나 구도도 더 다양하게 하려 한다.
솔직히 처음 몇 화로 보면 다들 일자로 서 있거나, 옆모습 나오고,
얼굴 클로즈업 하는 게 연출의 거의 전부였는데
요새는 그래도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려 한다. 분량도 좀 더 늘어났고.
처음에는 독자의 ‘드립’을 보는 게 좋았다
처음 [연애혁명]을 그릴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
‘베스트도전’에 올릴 때는 부담 없이 재미있게 그렸지.
그때는 뭔가 프로의 마음가짐이었다기보다는, 내가 즐거워서 연재하고,
그에 대한 독자들의 ‘드립’ 같은 재밌는 피드백을 보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어떤 걸 그리고 싶다는 나름의 욕심이 있으니 ‘베스트도전’ 연재를 시작한 것 아닌가.
어릴 때, 어머니와 이모가 순정만화를 굉장히 많이 보셨고, 나도 그걸 따라 만화를 많이 봤다.
굉장히 재밌게 읽긴 했는데, 순정만화 특유의 스테레오타입이 있지 않나.
멋지게 생긴 차갑지만 사연 있는 남자 주인공과, 항상 남자 주인공에게 흔들리고
눈물이 많으며 보는 사람 속 터지게 하는 평범하지만 당찬 여자 주인공 같은.
작품을 볼수록 비슷한 스타일의 남녀가 비슷한 스토리를 반복하는 게 눈에 띄었다.
이런 클리셰를 비틀면 재밌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에게 매달리고, 여자 주인공은 좀 나쁜 여자 스타일로 차갑게 구는 식으로.
그러면서 이야기가 재밌게 흘러가게 된 것 같다.
클리셰를 뒤집었다는 건 분명 흥미로운데, 실제로 공주영 같은 남자가 있을까 싶다.
독자 분들이 공주영 외에는 다 현실성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공주영만이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다.
[연애혁명] 자체가 그 지인 때문에 기획하게 된 면도 있고.
드물긴 하지만 공주영과 왕자림처럼 연애하는 남녀 커플이 실제로 있긴 하다.
그 나이에 실제로 있을 법한 것들을 담아내고 싶을 뿐이다
그럼 공주영과 왕자림의 성격을 구성한 게 작품의 시작이었겠다.
두 캐릭터 설계는 끝난 상태였지. 그런데 연재를 하면서 처음 시작할 때에 비해 인물이 확 늘어났다.
초반에는 아직 성격이 완전히 설계되지 않은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다보니 좀 두루뭉술하게 된 면이 있다.
스토리도 오직 왕자림과 공주영 시점으로만 진행되다보니 더더욱 다른 캐릭터들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베스트도전’ 연재 분량이 끝나면서부터 다른 인물들의 성격도 잡혔다.
그러면서 공주영과 왕자림이 싸우고 화해한 이후부터는 작품 썸네일도 단체 컷으로 바꾸게 됐다.
확실히 처음에 비해 인물도 늘어나고 그만큼 떡밥도 늘어갔다. 가령 이경우의 눈 같은.
그것과 유치원 때 왕자림을 그린 그림 같은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
어느 정도 구상은 하고 있었는데, 왕자림 회상 편을 준비하며 한 달 동안 휴재할 때,
이런 떡밥들과 결말까지의 사건 사고까지 다 정리했다.
물론 중간 중간 자잘한 에피소드, 가령 어디로 놀러가는 이야기 같은 건,
정해진 결말까지 가는데 지장 없는 한도 안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내긴 한다.
그래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어느 에피소드 하나 허투루 전개하는 건 없다는 거다.
사실 [연애혁명]의 인기는 굵직한 서사보다는 그런 작지만 공감 가는 에피소드들 덕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연애혁명]에 대해 반전 만화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순정만화라고도 하는데,
그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그린 적은 없다. 나는 단지 한국의 십대들이 연애하는 모습,
진로를 찾아 방황하는 모습 등 그 나이에 실제로 있을 법한 것들을 담아내고 싶을 뿐이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내 주변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라고 보는 것도 나름의 구독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십대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작품은 역시 [패션왕]
실제 십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건 그걸 보여주는 작품이 부족했단 뜻으로 봐도 될까.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작품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있다면 역시 기안84 작가님 [패션왕]? 사실 십대와 나이차가 좀 있는 작가님인데도,
요즘 애들이 뭘 좋아하고 뭘 입고 어떻게 노는지 정말 잘 그려내더라.
굉장히 리얼리티가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나와 코드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게,
최근 [복학왕]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 봉지은 에피소드를 그리셨는데, 나도 비슷한 걸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보다 먼저 너무 재밌게 그려서 할 수 없게 됐다. 아쉽다.
(웃음) 혀노 작가님의 [남과 여]도 십대는 아니지만 실제 연애의 리얼리티를 잘 살린 작품이라 좋아한다.
그런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십대들이 쓰는 비속어나 욕을 종종 대사에 섞는데,
대중 작품으로서의 수위라는 부분에 있어 고민이 있겠다.
고민 정말 많이 한다. 연재 초반에는 너무 떨리고 긴장되고 무서워서 담당자 분이 하라는 대로 다 따랐다.
(웃음) 하지만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내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작가로서의 고집이 생기면서 내 의견도 자주 어필하는 편이다.
앞서 말했듯 나는 딱 그 나이 아이들, 노는 거 좋아하고 친구들끼리 비속어도 쓰는
아이들의 좀 더 리얼한 모습을 그리고 싶어서 [연애혁명]을 그리는 건데,
그걸 표현하지 못하면 내가 원하는 작품이 나올 수 없으니까.
일진 미화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일진 미화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술, 담배를 하는 아이들이 나온다고 그게 미화일까.
나는 그런 모습에 대해 한 번도 멋있거나 아름답게 포장한 적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할뿐, 오히려 일진 혹은 일진 근처에서 노는 최정우 등에 대해서는
정말 양아치처럼, 비뚤어진 허세와 악의를 최대한 담아낸다.
주인공 공주영과 왕자림 그 외 친구들이 공부 열심히 안 하고 놀러 다닌다고
일진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만화에 안 나올 뿐 아예 공부를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재미를 위한 만화서 굳이 아이들이 공부하는 장면을 넣을 이유는 없는 거지.
또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이 아이들은 고등학교 1학년에 갓 올라간 아이들이다.
겨우 1년 전에 중학생들이었던 거지. 아직 유치하고 미숙하고 철이 없는 아이들이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어떤 방식의 성장일까.
주인공들이 졸업할 때까지 작품을 그릴 계획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
사실 진로 문제도 특성화고 학생들은 보통 2학년 후반부터 이제 뭘 해야 하나,
어느 대학을 목표로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시작되지 않나.
그때만 해도 현실을 모르고 웬만큼 이름 들어본 대학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3학년 때 되면 결국 점수 맞춰 갈 수 있는데 가거나 취업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당연히 공부에 대해 성적에 대해 고민하게 될 거다.
그러니 독자 분들께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부터 아이들이 빨리 성장했으면 좋겠다.
연재하며 나이를 한 살씩 먹을수록 내 안의 십대 감성이 사라지면서
과연 이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상상하는 게 쉽지 않다.
초등학교 때부터 뭐가 됐든 사장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면에서 작가 본인의 십대 시절이 궁금했다.
공부는 열심히 안 했던 것 같다. (웃음) 시험 기간 되면 벼락치기 하고, 가끔 야간 자율학습 땡땡이도 치고.
하지만 소위 노는 아이까진 아니었다. 그냥 친구들이랑 선생님과 추억 쌓는 걸 좋아했다.
남들과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작품 속 공주영처럼 원룸에서 혼자 자취했다는 거?
친구들이랑 모여서 많이 놀았다. 부끄럽지만 그땐 정말 안 치워서 거의 돼지우리 수준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3학년이 되면서 취업을 알아보고 취직까지 했는데 두 달 만에 그만뒀다.
딱히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던 것 같다.
본인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이나 욕망 같은 건 없었나.
그냥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뭐가 됐든 사장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고3이 됐을 때도 그 정도 꿈이었다.
그렇게 졸업해서 스무 살이 됐고 그 한 해 동안 친구들과 정말 열심히 놀았다.
아르바이트도 이것저것 정말 다양하게 했다.
가장 재밌던 건 칵테일 바였는데, 그때 손을 한 번 크게 다쳤다.
다른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맥주잔을 설거지통에 던져 넣어서 깨졌는데
깨진 줄도 모르고 설거지를 하다가 힘줄이 끊기는 상처를 입었다.
오른손을 다쳐서 지금도 작업하기 힘든데 끊어진 힘줄을 이으려면 팔을 째서 수술해야 한다더라.
지금으로선 [연애혁명] 완결 후에나 수술을 해야지 싶다.
그럼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전공도 아닌 만화를 그리게 됐을까.
그렇게 열심히 놀고 나니 조금 허탈하고 차분해지더라.
마침 부모님께서도 이렇게 날 혼자 두면 생활 패턴도 망가지고 몸도 망가질 거 같다고 생각해서
방을 억지로 빼고 본가로 날 데려가셨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유폐 생활을 시작하면서 ‘베스트도전’에 [연애혁명]을 연재하게 된 거다.
만화 속 공주영도 그렇지만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은 자기가 못 그리는 걸 모르지 않나.
(웃음) 모르니까 용감하게 시작했던 것 같다.
재밌게 십대를 보낸 경험이 작품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결과론이지만 이제야 본인의 재능을 찾은 건 아닐까.
가족들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만약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만 보고 그림에만 몰두하면서
만화가의 꿈을 찾아 갔으면 지금 어떤 만화가 나왔을까.
분명 그림 실력은 지금보다 좋았겠지만 절대 [연애혁명] 같은 작품이 나왔을 것 같진 않다.
만화가를 목표로 성장하는 게 문제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내 경우엔 그냥 재밌게 십대를 보내고
이십대 초반에 열심히 놀았던 경험이 작품 활동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가끔 독자 분 중 나를 롤모델이라며 진로 상담을 하기도 하는데,
우선은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부딪혀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동의하지만 이젠 프로니 만화가로서의 기본기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우선 연재하면서 느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지금도 작업하다가 힘들고 그림 그리기 싫으면
‘베스트도전’ 시절의 그림을 보는데 정말 어린아이 낙서 수준이더라.
그걸 보면 그래도 이때보단 많이 늘었네,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든다.
정식으로 만화 배우는 분들이 공부하는 인체 비례 같은 것도 배우면 좋겠고.
지금도 그림을 더 잘 그리면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안 돼서 아쉽다.
애들 얼굴도 다 너무 비슷하고. 결국 내 입으로 이 얘길 하게 됐네.
(웃음) 그림이 더 늘면 [연애혁명] 이후에 좀 더 역동적인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건 있다.
그럼 이제 사장님 대신 만화가의 삶을 선택한 건가.
그건 아니다. 독자 분들이 다시 나를 찾아준다면 차기작을 하고 싶긴 하지만
여전히 살면서 사장님 소리는 한 번쯤 들어보고 싶다.
(웃음) 생각해둔 창업 아이템이 두 가지 정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구체적으로 나이 먹은 뒤의 생활을 미리 정하고 싶진 않다.
이제 스물넷인데.
내 외모에 대한 기사는 이제 그만 나오면 좋겠다
아직 다양한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만화 연재 이전과 이후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만약 [연애혁명] 연재를 하지 않았다면 뚜렷한 목표 없이 아르바이트만 하다가 어디에 취직하지 않았을까.
별다른 목적 없이 일을 하게 된다면 목적이 있는 지금보단 분명 시시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다.
내가 만화를 그린다는 걸 아는 친구들은 극소수인데 친구들도 지금의 나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준다.
부모님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시고.
혹 안 좋아진 것도 있나.
집에 틀어박혀 마감만 하니 성격이 조금 어두워진 거?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거다.
아, 내가 실제로 인터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 기회에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
내가 예전에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나 다른 작가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걸고
232 작가 외모에 대해 기사화 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내가 프로필 사진을 공개했던 건 사칭하는 사람들 때문이었고
이후 올린 사진들도 팬들에게 근황을 알리기 위한 용도였는데, 기사화 되는 건 원치 않는다.
차라리 작품을 보고 작품에 대한 기사를 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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