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박태준
소속사 : 싸이더스HQ
소속 : 아보키스트(대표)
출생 : 1984년 9월 3일
꽃미남, 의류 쇼핑몰 CEO, 방송인.
그간 박태준의 수식어에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그의 웹툰 작가 도전이 난데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박태준에게 만화는 난데없는 것이 아니다.
밤새워 입시 미술을 연마하던 고등학생을 거쳐
대학생 때는 만화를 전공한 박태준을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뿐.
웹툰 작가는 그에게 생긴 새로운 수식어가 아니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그 안에서 오랫동안 도사리고 있던 또렷한 정체성이다.
꿈을 이룬 ‘만화 키드’ 박태준
사진 촬영을 시작하자 피사체인 박태준은 자꾸만 제자리를 돌았다.
옷의 다양한 면을 보여줘야 하는 쇼핑몰 촬영에 익숙한 탓이다.
“제가 너무 돌죠?”라며 멋쩍게 웃는 그는 인터뷰용 사진으로 담기엔 아까운 인물이고,
탐나는 포즈를 취할 줄 알았다.
그가 사진 포즈를 취하는 데 열중한 사이 그와의 인터뷰를 살며시 복기한다.
화려한 외형에 가려져 있던 진중한 생각과 차분한 입담 그리고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는 그의 치열한 삶에 대하여.
그와의 인터뷰를 생각의 체에 살살 걸러보니 맨 마지막에 남는 가장 큰 단어 하나.
그것은 돈도 사랑도 명예도 아닌 만화였다.
“저는 사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만화책을 끼고 살았어요.
하루 종일 만화를 보고 자연스레 낙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취미가 됐죠.
학교 다닐 때 그런 애들 꼭 한 명씩 있잖아요.
그림만 그리는 친구. 제가 그런 아이였어요.
그렇게 자라다가 고등학교 때는 입시 미술을 준비했고, 대학교에서도 만화를 전공했어요.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로 입시 미술 강사를 몇 년 동안 했죠.
저는 그림을,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저를 둘러싼 환경이나 생활 여건 때문에 장사를 시작하게 된 거죠.
하지만 만화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은 늘 갖고 있었어요. 언젠가는 이룰 것이란 확신이 있었죠.”
생활을 위해 선택한 쇼핑몰 사업이 점차 확장되자 그는 꿈을 잠시 호주머니에 넣어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꿈이란 것은 아무리 숨기고 감춘다 해도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기 마련.
최영미 시인의 시詩 ‘사계절의 꿈’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그의 꿈은 나른한 공기에 “살아 있다”고 뛰쳐나온 들뜬 꿈이다.
꿈을 버리지 않고 잘 간직했던 그에게 우연치 않게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그 기회를 멋지게 잡아냈다.
“네이버 브랜드 웹툰에 제가 운영하는 쇼핑몰 광고를 한 적이 있어요.
저하고 친하게 지내던 기안 84라는 작가에게 부탁을 했죠.
회사를 경영하는 오너 입장에서는 어떤 광고든 극대화시켜야 하잖아요.
그래서 광고 말고 제가 또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저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죠.
기안 84가 네이버에 웹툰을 그릴 때,
저도 쇼핑몰 사이트에 그 친구와 반대되는 시각의 웹툰을 그려보자 마음먹고 실행에 옮겼죠.
그때 제가 웹툰 두 개를 그려서 올렸는데, 그중 하나가 ‘외모지상주의’예요.
사실 ‘외모지상주의’는 2년 전부터 만화를 그리고 싶을 때 혼자 낙서처럼 끼적이던 콘티였어요.
별 기대 안 하고 올린 건데, 그게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되다 보니 이게 또 아까운 거예요.
우리 사이트에 들어오는 고객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네이버 웹툰 ‘도전 만화’에 동시 연재를 시작했죠.
거기서 반응이 너무 좋으니까 한두 달 있다가 ‘베스트 도전 만화’에 올라가고,
거기서도 정말 많이 좋아해주셔서 정식 연재를 시작한 거죠.”
신랄한 세태 비판, 비법은 ‘작가의 경험’
웹툰 ‘외모지상주의’의 인기를 방증하는 확실한 증거는 랭킹 이다.
네이버 웹툰 중 전체 조회 수 1위에 빛나는 ‘외모지상주의’ 속에는
시대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유려하게 펼쳐진다.
제목처럼 외모만을 중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도 있고,
‘중고나라’에서 신발을 거래하며 이른바 ‘일진’들에게 당하는 에피소드,
아프리카TV로 돈을 버는 여고생 에피소드,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받으며 관심을 얻는 일명 ‘관종’의 에피소드까지.
이 정도면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비범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창작자인 박태준은 스스로를 대중의 시각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평범한 시각을 지녔다고 평한다.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서든 제가 감히 일침을 날리거나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시의성 있는 문제를 다룬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저는 오히려 이념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저 제가 살고 있는 시대의 핫한 이슈들을 그리는 것뿐이에요.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게 제 목표죠. ‘요즘 이렇게 인터넷 방송이 이슈야? 와,
요즘 SNS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이걸 만화로 그리면 재미있겠다.’ 이런 식이죠.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것에 저도 관심을 갖고 그리는 것뿐이에요.
저만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비판한다기보다는 저 역시 한 명의 대중으로서
자주 접하는 사회 이슈를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 같아요.”
SF와 판타지 영화가 사실주의 영화보다 세태를 야무지게 꼬집는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외모지상주의’는 일종의 판타지 요소를 갖고 있는데,
그 어떤 웹툰보다 현실의 부조리한 면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이 못생긴 얼굴에 뚱뚱한 몸과 잘생기고 탄탄한 몸,
두 몸으로 살아간다는 설정이 사회의 이중적 잣대를 드러내는 데 큰 공을 세운 것.
사실 이런 설정은 박태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부분인데, 독자들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잘생긴 박형석(‘외모지상주의’ 주인공)이면 몰라도
뚱뚱하고 못생긴 박형석에 꽃미남 박태준의 경험이 녹아들었다는 것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주인공의 두 입장을 동시에 다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 많지 않은 사람 중 하나가 저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처한 상황을 다 겪어봤거든요.
사실 작가의 경험담이 들어갔다는 기사가 떴을 때 굉장히 날 선 비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외형적인 것을 이야기한 게 아니에요.
경제적으로 힘들게 자랐기 때문에 어머니와 주인공의 감정선,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
그에 대한 대처, 그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제가 경험한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죠.
제가 방송을 하며 저를 꾸미기 시작한 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걸 느낀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느낀 점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형석이의 두 모습을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연재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논란도 많고 욕도 많이 듣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인
‘자존감’을 더욱 잘 전하고 싶은 게 만화가로서 제 목표예요.”
“박태준의 만화 속엔 유독 혐오스러운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의 혐오스러운 마음을 캐릭터 얼굴에 잘 표현하는 박태준에게서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그가 영향을 받은 만화가는 따로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화 ‘이나중 탁구부’로 잘 알려진 후루야 미노루 작가다.
이 작가에게서 현실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참고한다.
하지만 그에게서도 표정은 참고하지 않는다.
박태준 작가가 그리는 혐오스러운 표정 대부분은 자신이 거울을 보거나 셀카를 찍어 그린 것들이다.
혐오스럽거나 귀엽거나 비굴한 ‘외모지상주의’ 속 모든 표정은 바로 박태준 본인의 것이다.
이쯤 되면 그의 영역을 ‘배우’로 확장해도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웹툰 작가로 생활한 지 1년 5개월.
쇼핑몰 CEO로 일하는 바쁜 나날에 웹툰 작가의 삶까지 추가한 박태준의 안위가 걱정된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기안 84의 모습 이후 웹툰 작가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된 상황.
웹툰 작가 박태준, 괜찮나요 정말?
기안 84가 [나 혼자 산다]에 나온 이후 급격한 동정론이 일었어요.
만화가들이 정말 그렇게 힘들게 작업하나요?
외형적·내형적 두 가지인 것 같은데, 외형적으로 기안 84처럼 사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게 사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어요? 기안 84는 그렇게 사는 게 불편하지 않은 것일 뿐이에요.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사실 그 친구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마감을 해야 하고
다음 호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에요.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거죠. 이건 모든 웹툰 작가들에게 공통적인 것 같아요.
웹툰을 보는 독자들은 업로드 시간을 준수하는 작가를 아끼는 경향이 두드러지잖아요.
박태준은 ‘칼업뎃’하는 성실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데, ‘칼업뎃’ 속에 숨겨진 희로애락이 궁금해요.
웹툰 작가들은 절대적인 시간이 많이 필요해요.
제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만화만 그렸으면 ‘칼업뎃’을 못 지켰을 것 같아요.
성실하고 근면한 성격이 절대 아니거든요. 집에서 청소도 대충 하고 설거지도 쌓아놓는 스타일이에요.
굉장히 나태한 면이 있죠.
하지만 스스로 놀랄 정도로 마감을 잘 지키는 데에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해요.
저는 한 개라도 못하면 모든 게 다 끝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너무 극단적인 생각 아닌가요? 사람인데, 마감을 못 지킬 수도 있는 거지.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좋아 보일 수도 있지만,
바꿔 생각하면 한쪽에 조금이라도 소홀할 경우 굉장한 비난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한 개라도 제대로 해라”라는 소리를 듣는 게 정말 무서워요.
만약 마감이 늦고 펑크가 나고 분량이 줄고 내용이 산으로 간다면 “쟤는 옷을 팔아서 그렇다”,
“만화나 하지 왜 옷을 팔고 있냐?”, “만화는 관두고 옷이나 팔아라”라는 말이 나올 거예요.
그래서 두 가지 일을 다 잘하지 않으면 저한테 굉장히 큰 리스크가 생길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저는 항상 칼날 끝에서 원고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운영하는 쇼핑몰 직원이 80명 정도인데, 제가 만화를 잘 못 그리면 그들이 욕을 먹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어요.
제 만화에 그들의 생활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만화는 제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이젠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독자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독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가요?
두렵다기보다 스스로 조심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아요독자들한테서 피드백은 받죠.
에피소드를 짤 때 기승전결은 제가 다 구상을 해요. 그리고 그것을 향해 항상 달려가죠.
그런데 실시간으로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다 보면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피드백을 받게 되더라고요.
독자들이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완성도에 영향을 줄 만한 실수들을 잡아내주죠.
그러면 저는 그것을 참고해서 만화의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전에 ‘짱’이라는 만화가 있었어요.
하나의 적을 처단하면 또 다른 강한 적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총 18년 동안이나 진행됐죠.
‘외모지상주의’도 강한 적이 수두룩하게 나타나는데, 연재 기간이 만만치 않겠어요?
원래 ‘외모지상주의’는 30화로 끝나는 내용이었어요.
초반 1, 2화 때 분위기와 지금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을 느끼실 텐데요.
초반 분위기로 30화까지 가는 게 제가 원래 구상한 내용이에요.
그런데 정식 연재를 한 후 조금 더 오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제가 이걸 많이 늘렸어요.
30화에 담을 스토리를 에피소드를 진행하면서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는 거죠.
‘드래곤볼’처럼 적을 물리치면 새로운 적이 나타나는 구성은 아니에요. (웃음)
제가 정한 만화의 끝은 분명히 있어요. 그 끝에 위치한 적을 물리치는 것도 분명하고요.
아직 그 적이 안 나타났을 뿐이죠. 주인공이 졸업할 때까진 그리고 싶어요.
연재를 시작할 당시엔 1학년 2학기였는데,
이제 겨울방학에 들어서려 하거든요. 언제까지 할진 아직 모르겠어요.
지금은 ‘원 소스 멀티 유즈’ 시대예요. ‘외모지상주의’가 웹툰으로만 끝날 콘텐츠는 아닐 것 같은데,
현재 계획 중이거나 이야기가 오가는 분야는 없나요?
감사하게도 영화나 드라마 판권 쪽으로 연락을 받았어요.
드라마 쪽으로는 판권을 판매한 상태예요.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요.
그쪽 회사에 판권을 넘기면서 저도 함께 넘어갔죠
(박태준은 얼마 전 싸이더스 HQ와 정식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또 올해와 내년에 게임이 나올 것 같아요. 올해는 미니 게임으로 클래식하게 나올 것 같고,
내년엔 좀 더 무게감 있는 게임이 출시될 것 같아요.
‘외모지상주의’의 단행본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요. 출판 계획이 있나요?
아직 없습니다. 너무 부끄러워요.
저는 항상 웹툰은 소모되는 콘텐츠라고 생각하는데, 책으로 나오는 순간 소장용이 되잖아요.
물론 제 작품을 구매해주는 것은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제가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요.
제 작품을 깔보는 게 아니라 제 알몸을 보는 느낌일 것 같아서요.
제의는 몇 번 왔는데, 아직은 하는 일도 많고 일단 거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창작하는 사람들에겐 스트레스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박태준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다면?
작년에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동안 저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다는 걸 사치라고 느꼈어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저만 그렇다는 거예요. 저는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없거든요.
저는 스스로를 굉장히 채찍질하는 스타일이에요. ‘네가 대체 뭘 했다고 스트레스를 푸냐’는 식이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데 불평불만을 하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다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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