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수익비율(PER)

Posted by nGroovy
2020. 1. 22. 10:04 돈|경제

"이 주식은 비싼가, 주식시장이 거품인가" 판단하는 시금석

물건을 살 때 값을 얼마나 줘야 좋은 건지 판단할 기준은 수없이 많다. 내게 얼마나 절실한가. 이 물건이 얼마나 유용하고 값어치가 있나. 혹은 어느 정도나 오래 사용할 수 있나. 물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판은 어떤가. 물건이 내게 주는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생각해보면 쉽게 떠오르는 이런저런 이유들은 어려운 주식투자나, 투자결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점에서 흔히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PER)'로 불리는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이하 PER)은 어떤 회사의 주식가치, 더 나아가 전체 주식시장의 가치가 고평가 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유용한 잣대다. PER은 현재 시장에서 매매되는 특정회사의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한 주에 만 원하는 회사주식이 1년에 주당 1000원의 순이익을 낸다면? PER은 10이 된다. 이 수치가 회사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한다는 얘기일까?

 

 

PER로 가늠해보는 회사가치


어떤 투자상품이든 수익률이 있다. 예금을 들었다면 매년 은행이 주는 이자가 곧 수익률이다. 그럼 주식을 샀다면? 두 가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가격이 올라서 얻는 자본이득, 매년 회사가 주주에게 주는 배당금에 따른 이득이 그 것이다. 한 번 주식을 사서 아주 오래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몇 년 안에 주식을 팔 생각이 없기 때문에 두 가지 수익 중 배당금 이득에 아주 관심이 많을 것이다(물론 회사가 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고려도 심각하게 할 것이다).

그럼 회사가 배당금을 많이 챙겨주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먼저다. 비슷한 가격의 주식이라면 순이익을 많이 내는 주식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PER이 중요한 이유가 이 것이다. 처음 든 예로 돌아가자. 주식가격이 똑같이 만 원인 A, B회사의 순이익이 1주당 각각 1000원, 2000원이다. 순이익이 모두 배당으로 돌아간다면 장기투자자인 당신은 어느 회사를 고를 것인가? 아마 B회사를 고를 것이다. A회사의 PER은 10, B회사의 PER은 5다. A회사 가치가 고평가 됐고, B회사에 가격 메리트가 있다.

 


한 발짝만 더. 그럼 두 회사 주식가격은 잘못된 것일까? 왜 순이익이 적은 A회사 주식가격이 B회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까. 실제 국내 주식시장을 봐도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A회사의 가격이 높은 것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작용한 것이다. 물론 그 가격은 일시적인 거품일 수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나, 벤처거품에 대한 고평가 논란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PER의 수준이 상상 못할 정도로 높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장가격에는 미래 성장가능성이나 회사의 경쟁력, 일시적인 투자확대에 따른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수익률을 쫓는 투자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여기에 A회사가 대기업으로 보다 안정적인 회사운용을 하거나, 도산의 가능성이 훨씬 적을 수도 있다. 그래서 주당 수익이 적어도 A회사의 주식가격이 B회사와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수익률을 구하는 공식의 역수인 PER은 그래서 그 수치 하나만으로 주식가치의 적정성을 논하기 힘들다. 늘 동종업종, 다른 기업과의 비교가 필수적이다.

 

 

PER 평가는 상대적, `순이익'기준도 중요

앞서 말한 대로 PER은 어떤 주식의 가격수준을 가늠하는 도구지만 실제 활용할 경우 늘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같은 업종,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의 수준을 여러 개 비교할수록 평가대상 주식의 가격이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기가 쉬워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PER는 유통업, 제조업, 중공업, 신산업 등 업종별로 그 패턴이나 수치나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당장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벤처기업, 신산업 업종의 경우 PER이 수십 배까지 치솟는 경우가 많다. 앞서 예를 들었던 A, B회사의 경우, 두 회사가 모두 같은 업종이고 회사규모도 비슷하다면 A회사 가격은 고평가 됐고, B회사 가격은 저평가됐다고 추정하기가 한결 쉬워진다는 얘기다. 비슷한 규모의 경쟁자가 없다면 전체 동종업종의 평균 PER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다.

PER은 순이익이 언제 기준인가 하는 부분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보통 어떤 회사의 PER를 구할 때는 `회사의 현재 주가/회사의 직전년도 순이익'을 공식으로 쓴다. 쉽게 말해 현재 주가를 작년 실적으로 나눈다는 얘기다. 이게 맞는 기준일까? 과거의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정확한 수치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주가/현재 순이익'으로 계산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회사가 올해나 분기중 얼마나 실적을 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안으로 활용하는 것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하는 `추정 순이익'이다. 이 추정 순이익은 특히 평가대상인 회사나 업종의 실적이 크게 변화하는 추세에서 유용하다.

 

 

역발상투자의 유용한 도구

PER이 투자기준으로 활용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PER이 낮은 업종만 선호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는 주식의 PER은 동종업종의 평균 PER보다 높은 수준인 경우가 많다. 앞서 든 사례처럼 `수익성'이 좋은 B회사가 늘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회사의 안정성, 지속가능성, 사이즈 등이 이런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PER이 낮은 주식이 수익률이 높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를 훌륭한 투자전략으로 쓰는 전문투자자들도 있다. 흔히 역발상투자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이 저 PER전략이다. 데이비드 드레먼은 `역발상투자(contrarian investment)'이론을 통해 "저 PER주에 장기투자할 것"을 주창하기도 했다. 그가 운용중인 펀드는 실제로 장기간 주식시장의 평균수익률 이상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국시장 PER도 `논쟁 중'


개별주식의 가치평가 척도인 PER은 종종 전체 주식시장의 거품여부를 논박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가격변동이 심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경우 PER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유용한 기준이 된다. 2011년 1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한 시점에서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증시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근거로 제시되는 것 중에는 PER도 있다. 2007년 고점을 기록했던 한국증시의 당시 PER은 13.4로 2011년 현재 10.2보다 높다는 것이 근거다. 주가지수는 2011년이 더 높은데도 PER이 낮은 것은 2010년 국내기업들의 실적이 한층 개선된 영향이 크다. 당시에 비해 24% 저평가된 PER의 이면에는 늘어난 기업들의 이익이 있다는 얘기다. 2007년 65조원이었던 주요 500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3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그대로 믿어선 곤란하다. `과거의 순이익'이 올해도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까닭이다. PER은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단순한 숫자지만 그 해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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