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가 국가 단위로는 유럽 최초로 올해부터 ‘기본소득제’ 실험을 시작했다.
핀란드 사회복지국(KELA·켈라)은 2일, 복지수당을 받는 생산 가능인구 중 무작위로 선정한 실업자 2000명에게
향후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1만원)를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1일부터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핀란드는 2015년 4월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중도당의 유하 시필레 총리가 중도우파 성향의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다.
기본소득 수급자들은 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며, 어떤 용도로 썼는지 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
대신 기존에 받고 있던 다양한 형태의 현금성 사회복지 혜택은 기본소득 수급액만큼 공제된다.
핀란드 정부는 이번 실험을 통해 보편적 복지제도인 기본소득이
빈곤 감소와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면밀히 관찰하고,
성과가 확인되면 소상공업자와 시간제 노동자 등 다른 저소득층으로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켈라의 올리 캉가스 담당관은 2일 <에이피>(AP) 통신에
“이번 실험의 목적은 실업자들이 뭔가를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즉 ‘의욕 상실’ 문제를 없애는 것”이라며,
“실험기간 중 수급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기본소득은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공식통계를 보면, 2016년 현재 1인당 월평균 소득은 3500유로(약 442만원), 실업률은 8.1% 수준이다.
핀란드는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긴 하지만 수급 조건이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편이다.
이에 따라 실업자들이 실업급여 등의 혜택 중단을 우려해 저소득 직장이나 시간제 일자리 취업을 꺼린다.
캉가스 담당관은 “기본소득제가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수급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일자리를 과감히 경험해보게 될지, 아니면 일부 비판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소득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더 게을러질지를 관찰하는 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절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성 소득을 말한다.
보편적 보장소득인 ‘기본소득’ 개념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확대와
소득 양극화가 중산층 이하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계층 갈등으로 공동체의 결속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사회 구성원이 인간적 존엄과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획기적 발상으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를 둘러싸고 ‘보편적 복지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긍정론과
‘노동의욕 저하 및 불공평’을 주장하는 비판론이 맞서고 있다.
아직까지 기본소득 지급을 국가 단위에서 전면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으나,
서구 경제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서도
기본소득을 부분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미국 알래스카주에서는 1976년 석유 수입을 재원으로 알래스카영구기금을 설립하고
모든 주민에게 매년 배당소득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인당 2072달러(약 250만원)가 주어졌다.
이탈리아의 소도시 리보르노는 지난해 6월부터 최빈곤층 100가구에 매달 517유로(약 65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난 1일부터는 지급 가구를 200가구로 늘렸다.
네덜란드·브라질·인도·나미비아 등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기본소득제를 실험 중이다.
올해 들어선 핀란드에 이어 캐나다와 우간다의 일부 지자체에서도 기본소득제를 시범실시한다.
독일에선 지난해 6월 보편적 기본소득제 전면 도입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인
‘기본소득동맹’이 창당돼, 올해 10월 총선에 후보를 낼 계획이다.
스위스에선 지난해 6월 모든 국민에게 매달 2500프랑(약 29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졌으나 77%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나 투표가 부결된 이유는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단,
지급액이 과다한 반면 재원조달 및 운용 방안이 불확실한 점, 증세 부담, 노동의욕 감소,
이민자 유입 등 무임승차자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스위스는 국민 800만명 중 10만명 이상이 서명한 안건은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어,
급여액 조정 등 세부 계획을 보완해 재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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